밤늦은 시간, 잔에 따라낸 위스키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위스키 속 알코올이 뇌의 긴장을 풀고 창의력과 기분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즐거운 순간 뒤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다. 알코올은 우리 몸의 수분 균형을 깨뜨려 탈수를 유발하고, 그 영향은 뇌 기능에도 미묘하게 스며든다.
오늘은 뇌 기능과 위스키, 위스키와 탈수증 유발에 대해 살펴보겠다.
뇌 기능과 위스키
1.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첫 번째 충격
위스키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크기가 작고 기름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입에 머금은 지 몇 분 만에 혈액-뇌 장벽을 통과한다. 혈액 속 알코올 농도(BAC)가 오르면, 뇌 속 농도도 바로 따라 올라간다.
- GABA-A 수용체 활성화 → 뇌의 억제 시스템이 강해져 몸과 마음이 이완되고 불안이 줄어든다.
- NMDA 글루타메이트 억제 → 학습과 단기 기억 능력이 떨어진다. 고농도에서는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이 생길 수 있다.
- 도파민 증가 → 기분이 좋아지고, 창의력이 솟는 듯한 ‘보상’ 효과를 느낀다.
- 아데노신 증가 → 졸음이 오지만, 농도가 떨어질 때는 오히려 깨어나 버리는 반동이 온다.
2. 단기적 변화 — 기분과 행동의 롤러코스터
적은 양일 때는 마음이 풀리고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BAC가 0.05를 넘어가면 주의력과 판단력이 확연히 떨어진다. 반응 속도도 느려지고, 균형 감각이 흐려지며,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도 약해진다. 잠은 빨리 들지만, 깊은 회복 단계인 REM 수면은 억제돼 다음 날 피곤함이 남는다.
3. 장기적 영향 — 뇌의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
오랫동안 과도하게 마시면 뇌는 알코올에 적응하기 위해 수용체를 조절한다.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점점 더 많은 양이 필요하고, 금주 시에는 불안·흥분이 심해진다. 전두엽과 소뇌의 부피가 줄어 인지 속도와 기억력이 저하될 수 있으며, 심하면 티아민 결핍으로 심각한 기억 장애(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가 생길 수 있다.
4. 뇌 건강을 지키는 음주 팁
- 하루 1잔 이하, 매일 마시지 않기
- 식사 후 천천히 마시고, 한 잔당 1시간 이상 간격 두기
- 물과 번갈아 마셔 탈수를 예방하기
- 취침 3~4시간 전에는 마시지 않기
- 진정제, 수면제와 함께 마시지 않기
위스키와 탈수증 유발
1. 왜 위스키는 특히 탈수를 잘 일으킬까?
알코올은 뇌에서 ‘항이뇨 호르몬(ADH)’ 분비를 억제한다. ADH는 신장에 물을 다시 흡수하라고 지시하는 호르몬인데, 이것이 억제되면 신장은 더 많은 물을 소변으로 내보낸다. 그 결과, 몸속 수분이 빠르게 줄어든다.
위스키는 소량의 액체에 고농도의 알코올을 담고 있어, 수분을 보충할 시간과 기회가 적다. 한 잔(약 44ml)만 마셔도 에탄올 14g이 들어오고, 이것이 약 140ml의 추가 소변 배출을 유발할 수 있다.
2. 탈수를 악화시키는 추가 요인들
- 낮은 수분 함량: 맥주보다 훨씬 적은 액체량
- 빠른 BAC 상승: 고농도라 ADH 억제가 강력하고 즉각적이다.
- 콘제너·탄닌: 숙취를 심하게 만드는 발효 부산물, 특히 무거운 위스키에 많다.
- 위장 자극: 메스꺼움·구토 → 수분 섭취 거부감
- 환경 요인: 덥거나 춤추는 환경에서 추가 땀 손실
3. 탈수의 신호와 숙취의 연결고리
입이 마르고, 소변이 진해지고, 머리가 띵해진다면 이미 탈수가 시작된 것이다. 심하면 어지러움, 피로, 근육 경련이 올 수 있다. 숙취의 대표 증상인 두통과 ‘뇌 안개’는 탈수와 뇌의 염증 반응이 함께 작용해 심해진다.
4. 탈수를 줄이는 방법
- 사전 수분 보충: 첫 잔 전 물 한 컵
- 물과 번갈아 마시기: 위스키 1잔 → 물 1잔
- 전해질 보충: 나트륨·칼륨이 들어 있는 음료
- 속도 조절: 1시간에 1잔 이하
- 카페인 피하기: 아일랜드 커피처럼 알코올+카페인 조합은 이뇨작용이 더 강하다.
- 마신 뒤 물 보충: 잠들기 전 500~700ml, 다음 날 아침도 충분히 마시기
위스키는 잠깐 기분을 좋게 하고 마음을 풀어주지만, 그 뒤에는 주의력과 기억력을 떨어뜨리고 깊은 잠을 방해한다. 또 알코올이 몸속 수분을 빼앗아 탈수를 부르면서 두통과 피로, 집중력 저하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하루 1잔 이하로, 물과 함께 천천히 마시고 충분히 수분을 보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뇌 기능과 위스키, 위스키와 탈수증 유발에 대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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