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입안은 불이 나는 것 같고 땀까지 줄줄 흐르는데, 이상하게 그 고통이 끝나면 또다시 매운 것이 생각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이렇게 중독처럼 매운맛을 찾는 사람 중 상당수가 먹고 나면 배가 뒤틀리거나 화장실을 급하게 찾는 두 얼굴의 고통까지 함께 겪는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매운 음식에 중독되는 이유, 매운 음식과 설사에 대해 풀어보겠다.

매운 음식에 중독되는 이유
매운 음식을 먹으면 입이 얼얼하고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픈데, 이상하게 그 고통이 지나가면 또 매운 게 생각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 현상은 단순히 “매운맛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뇌와 감정, 감각 자극이 복잡하게 얽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먼저, 매운맛 자체는 ‘맛’이 아니라 통증 신호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이해가 훨씬 쉬워진다. 매운맛의 핵심 성분인 캡사이신이 통증 수용체(TRPV1)를 자극하면서 뇌는 ‘뜨겁다, 아프다’라는 신호를 받는다. 그런데 바로 이 통증이 중독의 출발점이 된다.
뇌는 통증을 느끼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우리의 기분을 갑자기 ‘좋게’ 만들어 준다. 마치 운동 후에 찾아오는 기분 좋은 여운 같고, 스트레스가 확 내려가는 듯한 해방감도 생긴다. 그러다 보니 뇌는 자연스럽게 배운다.
“매운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스트레스받을 때 매운 게 필요해.”
또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는 것은 일종의 도전 의식과 연결되기도 한다.
더 매운 단계에 도전할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주변에서 “와, 너 매운 거 잘 먹네!”라는 반응도 받는다. 이런 사회적 보상도 중독성을 키우는 요소다.
한편, 매운 음식은 여러 감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입안이 뜨겁고 코가 뻥 뚫리며 심장은 약간 빨리 뛰고 땀이 난다. 이런 강렬한 자극은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는 감각적 스릴이 되어 반복해서 찾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매운 음식은 먹을수록 내성이 생긴다.
예전엔 조금만 매워도 못 먹었는데 어느 순간 더 강한 매운맛이 당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매운맛의 ‘레벨업’이 반복되면서 중독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매운 음식과 설사
매운 음식에 중독처럼 빠져들지만, 그 대가로 종종 화장실을 급하게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몸의 자연스러운 생리 반응이며, 몇 가지 뚜렷한 원인이 있다.
우선, 캡사이신은 입뿐 아니라 위와 장에도 통증 신호를 전달한다.
장 입장에서는 이것이 일종의 ‘위험 신호’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몸 밖으로 내보내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장의 수축 속도가 빨라지고, 음식물이 충분히 소화·흡수되지 않은 채 내려가면서 묽은 변이 된다.
또한 매운 음식은 장 운동을 과속하게 만든다.
음식이 천천히 이동해야 물이 흡수되는데, 너무 빨리 지나가면 물이 남아서 설사로 이어진다.
캡사이신은 직장에서도 동일하게 통증 수용체를 자극하기 때문에 배변할 때 “화끈거리는” 느낌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들어갈 때도 뜨겁고, 나올 때도 뜨거운 이유다.
매운 음식은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며, 위 배출 속도를 높여 장의 부담을 늘린다. 또한 장-뇌 반사를 자극해 식사 직후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매운 요리에 자주 들어가는 기름, 마늘, 양파, 크림, 알코올 같은 성분들도 장을 자극하거나 발효를 일으켜 설사를 더 악화시킨다.
그리고 매운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은 장 수용체가 둔감해져 덜 반응하지만, 평소 잘 안 먹는 사람은 장이 민감해 설사가 더 쉽게 발생한다.
매운 음식은 사실 맛이 아니라 ‘통증’에서 시작되는데, 이 자극 때문에 뇌에서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분비되며 묘한 쾌감이 생긴다. 그래서 힘들어도 또 찾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같은 캡사이신이 위와 장도 강하게 흔들어 놓아, 음식이 너무 빨리 내려가면서 수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설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매운 음식은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즐거움과 다음 날 화장실에 가야 하는 불편함이 동시에 따라오는 양면성을 가진 셈이다.
지금까지 매운 음식에 중독되는 이유, 매운 음식과 설사에 대해 정리했다.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상이 바뀌면 장도 바뀐다?, 크론병에 좋은 생활 습관 (0) | 2025.12.15 |
|---|---|
| 크론병 환자가 주의해야 할 식이요법 (0) | 2025.12.14 |
| 비만과 허리협착증 (1) | 2025.12.13 |
| 얼굴 빨개지는 데 가장 영향 큰 음식 (0) | 2025.12.12 |
| 왜 내 얼굴만 빨개질까? 얼굴 붉음을 예방 식습관 (0) | 2025.12.11 |
댓글